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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지원제도로서의 성년후견제도(제철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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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11-27 |
조회 | 44329 | ||
의사결정지원제도로서의 성년후견제도 제철웅 교수(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발달장애, 정신장애, 치매, 뇌사고 등으로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성인은 자립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비장애인은 의사결정을 온전하게 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이용해서 이들 장애인의 복지수급비마저 갈취하기도 하고, 자유가 박탈되는 수용시설에 격리시키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의사결정능력 장애인(발달장애인)은 무임금으로 노동을 시키기도 하고, 여성인 경우 성폭행의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치매환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친족조차 이들을 집안에 가두어 두거나 가급적 요양시설에 보내서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이들을 보호하는 길이라 믿기도 한다. 의사결정능력 장애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고 옹호하기 어렵다는 약점 때문이다. 의사결정능력 장애에 대한 비장애인의 오해도 심해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조차 남들이 대신 사 주는 것이 다반사였다. 가족의 동의만 있으면 자신의 동의가 없더라도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격리시킬 수도 있었고, 요양시설에 입소할 때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족들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7월 1일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배제하는 이런 사회환경을 변화시킬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의사결정능력의 장애에 대한 이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휠체어, 목발, 보청기, 수화, 통역이 있으면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듯이,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에게도 후견이라는 수단이 있으면 자립하여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 후견인의 주된 역할은 피후견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서 쉽게 설명해 주는 것, 즉 의사결정지원에 있다. 물론 피후견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때에는 후견인이 대신 결정해야 하겠지만, 이런 일은 언제나 최후의 수단이며,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사결정지원이나 결정의 대행이 후견인의 활동방식이라면, 피후견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안전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후견인의 활동목표여야 한다. 이런 안전망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면 후견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다(예방형 후견). 그러나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재산을 갈취당하거나 강제노동에 처해져 있을 경우에는, 후견인이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고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을 원상복귀시킬 수도 있다. 피후견인이 원래의 안전한 생활로 복귀하고, 안전망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갈 때 후견은 종료되어야 한다(위험제거형 후견).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이 안전망 네트워크 속에서 잘 살아가더라도 긴급하게 후견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령 보험금을 받아야 하는데 보험금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후견인이 선임되어 보험금을 수령해서 피후견인의 통장에 입금시키고 피후견인이 사용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긴급사무처리형 후견).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고도치매로 인해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피후견인이라면 긴급사무처리형이 아니라면 후견은 거의 필요 없을 수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요양서비스와 의료서비스일 것이다. 그리고 치매환자의 인권(자기결정권을 포함)을 존중하는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의 자질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증치매이지만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치매환자들에게는 예방형이나 위험제거형의 후견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치매환자의 경우 위와 같은 위험이나 필요성을 스스로 대비해서 자기에게 적합한 후견인을 미리 정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임의후견이다. 후견제도의 취지가 올바르게 반영된 임의후견계약 모델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조만간 다양한 계약모델이 제시될 것으로 믿는다. 법정후견이든 임의후견인든, 후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후견인의 권한이 광범위해서도, 그 기간이 지속적이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아이를 돌보는 부모와 같은 역할이 후견인의 역할이 아니라, 피후견인에게 필요한 휠체어, 목발, 수화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후견제도가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인권보호·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필수조건의 하나가 비장애인의 인식의 변화이다.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안전한 자립생활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바로 몰지각한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심지어 억압하는 각종의 법제도와 사회제도가 이들 비장애인의 유해한 인식이 곰팡이처럼 번식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는 점이다. 성년후견, 한정후견이 개시되면 공법상, 사법상 자격과 권한을 박탈하는 300여개의 법규정이 있다. 이들 결격조항은 아무 조건 없이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별적으로 필요에 따라 자격을 정지시키는 입법을 해야 할 것이다. 자해나 타해의 현저한 위험이 없어도, 치료와 요양의 목적으로 정신병원·요양시설에 보내도록 하는 정신보건법도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성년후견제도 자체에도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후견유형이 있다. 법정후견의 한 유형인 성년후견이 그것이다. 후견유형 중 성년후견유형은 이용해서는 안 되며, 한정후견유형도 특별한 필요성이 있을 때가 아니면 이용해서는 안 된다. 후견은 특정후견이나 임의후견을 이용하는 것이 치매환자를 비롯한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성년후견제도는 UN 장애인권리협약상의 국가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인권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후견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2003.9-현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3.4-현재: 한국성년후견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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